에이미's 일상/하루기록

[일상] 항해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났다.

햄❤️ 2021. 7. 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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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항해가 끝나고, 개인 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도 다녀오고, PT도 끊어서 하루에 2시간씩 운동도 하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며 정비의 시간을 보냈다. 틈틈히 자바스크립트 스터디를 하면서 자스 공부는 꾸준히 했고, 부족한 알고리즘 인강 + Next.js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의 시간을 채워나갔다.

서서히 동기들의 취업 소식이 들리자 불안했다. 이러다 나만 취업 못하는거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급 무기력감에 빠질뻔 하였으나...

내가 지원을 안했는데 취업이 어떻게 되겠어?  

대학 졸업 후 나는 우리나라 소셜커머스 3개 중 매출 2위인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커머스 회사에 MD로 입사했다. 정말 매일 매일 야근을 하고, 화, 목요일은 야근하다가 토익 학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야근하고, 아버지뻘 사장님들과 미팅을 하고, 하루 4잔의 커피를 입에 붓고, 매출 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3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몰래 울기도 했고, 중간에는 공황장애 같은 것이 한번 와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만큼 일을 하니 통장에 돈이 쌓이는데 야근하느라 쓸 시간은 없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했지만 동시에 또래보다 꽤 적지 않은 돈을 벌면서 아 그래도 나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나? 라는 안도의 생각이 들었다.

문득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5년 뒤에도 저렇게 일 하면서 살 수 있나? 해외 MD가 비전이 있을까? 업체들이 가져다주는 상품으로 기획전 만들고, 특가 딜 만들어서 매출을 채우는 일이 나에게 어떤 보람이 있는지 현타가 세게 오기 시작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생기부에서부터 꾸준히 "욕심이 많다" 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남들보다 잘 하고 싶고, 많이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 수단으로 공부를 택했던 내가 MD가 되어서는 트렌드를 읽으려고 SNS나 핫한 프로그램은 불을 켜고 찾아보고 책은 한 자도 안보고 있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여기서 개발자가 되겠다고 어떻게 생각해냈지? 이건 면접에서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대답했는데 진짜 그 이유가 맞냐고 1-2번씩 더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다. 대답을 했지만 개발자가 되기 위한 더 필사적인 이유를 찾아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컴퓨터를 잘 못했다. 지금도 어렵다. 어려운 걸 정복해보고 싶었다. "나 못하는거 없어" 라는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개발자는 막연하게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firebase로 정말 간단한 인물사전을 만들었는데(지금보면 진짜 허접한데), 그 때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12시면 잠드는 내가 새벽 6시까지 밤 새서 했던거 보면 적성에 안 맞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

아무튼 돌아와서, 

4년동안 MD로 쉬지않고 일했고, 퇴사와 동시에 항해라는 부트캠프를 시작하면서 지난 3개월은 아주 체력 쥐어짜기였다. 6월엔 거의 소멸 직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쉬어야했다. 취업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100살까지 살면 일할 날이 몇십년도 더 되는데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가 있을 때, 애사심 듬뿍 가지고 일하고 싶은 곳이 생길때까지 조금 더 나를 정비하고 싶었다.

근데 개미는 역시 개미다. 한 달 쉬니까 슬슬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취준을 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연봉이나 복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와 분위기 & 그리고 회사의 서비스와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면접을 많이 보고, 그 회사나 팀의 분위기를 많이 보고 다녔다.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끌어주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일했을때 제일 재미있었고, 많이 성장했던 것 같다. 

내 페이스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자.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배우자. 그리고 쉴 때는 누구보다 재밌게 놀자. 그냥 새벽에 문득 일기를 써보고 싶어서 끄적였다. 이런 기록들도 몇 년뒤에 보면 소중하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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